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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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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네 번째 드리는 편지입니다
작성자 : 윤*경
아버지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사람들도 많이 오고 시끌벅적했겠네요.
오늘이 설날이거든요. 우린 각자 집에서 보냈어요.
몇 해 전 엄마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난 후 명절엔 우리집으로 올라오셔서 보내다 가시곤 했지요. 그러다 이쪽으로 이사오시고 난 뒤엔 아버지집에서 다같이 모이니까 좋으셨죠? 몇 해는 그런 날이 더 이어질 줄 알았는데 세 번의 명절로 끝나버렸네요. 아버지 휴대폰 일정표에 보니까 21년 추석날에 ‘전원집합’이라고 .적어놓으셨더군요. 다른 집보다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닌데 다같이 모이는 게 참 어려워요. 조금더 일찍 아버지 엄마 마음 편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연휴 끝나고 26일에 아버지 뵈러 갈 겁니다.
그날 아버진 이승에서의 미련들 훌훌 털고 오롯이 하늘나라로 가시게 된다고 하네요. 오늘 낮에 쇼파에서 잠을 까무룩 잠이 드는가 했는데 아버지 모습이 잠깐 보였어요. 얼굴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모자를 쓰고 익숙한 모습으로 그러나 걸음걸이도 불편해보이지 않게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걸어나오시더라구요. 우리 아파트는 그래도 익숙하시죠? 꽤 여러 번 와보셨으니까 다음에도 찾아오실 수 있으실거예요. 
지난 주 목요일에도 영버미랑 아버지한테 다녀왔는데 아시는거죠? 커피랑 경주황남빵 간식으로 잘 드신거죠?
엄마한테는 지난 주 토요일 다녀왔구요. 한 달여동안 면회금지라 보지도 못하다가 겨우 풀려서 간식 준비해서 만나고 왔어요. 모레에도 엄마한테 한번 더 다녀오려구요. 명절이니까.. 엄마는 명절이 뭔지 누가 다녀간건지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느끼겠죠. 항상 곁에 있던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말이예요. 그 곁을 저희들이 메워줄 수 없는 게 또한 안타깝고 죄송스러워요.

아버지
며칠 전에 큰고모부가 떠나셨어요. 그래서 어제 저녁엔 용구랑 급히 문상다녀왔어요. 고모부도 폐렴으로 병원 입원하셨다가 결국 2주만에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아버지와 6주 간격으로 돌아가셨으니 두 분 금방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예전 고모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하셨잖아요. 그때처럼 다섯 분이 모이셔서 외롭지 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아버지
며칠 후에 가서 또 뵐게요.

                                                                        2023.1.22.
                                                                  설날 저녁에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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