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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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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하늘나라 우체통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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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께
아버지,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마당 옆의 텃밭에는 아버지가 가꾸시던 감자와 옥수수가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살아생전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히 떠올라서 그리움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어디서 무얼 하시며 계신지요? 한시도 쉬지 않고 텃밭과 정원을 가꾸시던 아버지의 근면함이 돌아가신 지금에도 집안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특히 초여름 태양이 서산을 넘어갈 때면 처마끝에 앉아서 두루미들의 장엄한 행렬을 한없이 쳐다보시곤 하셨죠? 물가에서 하루 종일 먹이 사냥을 하다가 둥지로 돌아가는 새들의 비행을 보면서 아버지는 뭘 생각하셨는지요? 오늘은 제가 처마끝의 아버지가 되어 그들의 힘찬 날개짓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하염없이 지켜봅니다.

그리운 아버지, 살아생전에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못난 자식들의 허물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지 살아생전에 왜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 드리지 못했는지, 왜 감사의 말 한 마디 다정하게 건네드리지 못했는지, 왜 좀 더 가까이에서 정겹게 대화하지 못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가 밀려옵니다. 때로는 이런 후회와 그리움에 못 이겨 까만 어둠에 기대어 남 몰래 눈물짓곤 합니다. 그리고 어린 저희를 보살피기 위해 손발이 부르트도록 평생 노력하고 애쓰신 가엾은 아버지를 꿈 속에서나 만나보려고 어설픈 초저녁 잠을 청해보기도 합니다.

보고싶은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삶을 너무나 순박하고 진솔하게 사시다 가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더욱 그리움에 사무치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못난 저희들이지만, 우리 홀어머니와 형제들이 의리와 우애, 늘 지킬 수 있도록 살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변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버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늘 편안한 곳에서 근심.걱정없이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조만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2018년 6월 27일 둘째 아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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