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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1) 정호승 | |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셋방이다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셋집을 얻어 떠나라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 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너희들은 새 구두를 사 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라 아버지는 페인드칠할 때 쓰던 낡은 때묻은 목장갑이다 몇 번 빨다가 잃어버리면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포장마차 우동 그릇 옆에 놓인 빈 소주병이다 너희들은 빈 소주병처럼 술집을 나와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하라 아버지는 다시 겨울이 와서 꺼내 입은 외투 속에 언제 넣어두었는지 모르는 동전 몇 닢이다 너희들은 그 동전마저도 가져가 컵라면이라도 사먹어라 아버지는 벽에 걸려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 고장난 벽시계다 너희들은 인생의 시계를 고장내지 말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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