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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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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영천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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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외할아버지, 잘 지내고 계십니까.

외할아버지.
잘 지내십니까.
큰손녀 미지입니다.
나중에 찾아뵙겠다고 하고서는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먼 길을 떠나셨네요.
인생에 있어 '나중에'라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려가고 싶을 때 내려가서 뵙고 왔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보고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은 그 순간 순간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고 떠나셨네요.
할아버지 보내던 날, 제 인사는 잘 받으셨는지요.
여기 볕 잘 들고 좋은 곳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할 수 있는 하늘우체국도 있으니 참 좋고요.
여기 오셔서 엄마랑 이모랑 아빠가 쓴 편지들도 읽고 쉬다가 가세요.
할아버지께 제가 안부 묻고 그러면 항상 '은냐, 은냐, 잘 지낸다' 하고 웃으시며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그렇게 잘 지내시리라 믿어요. 아, 그리고 할아버지 좋아하시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노래도 생각이 나고요.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그러니 긴 인생 소풍 끝나는 날, 다시 모두들 만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슬프지만 많이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잘 지켜주시고요. 할머니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게 힘을 주세요. 그리고 자손들 모두 잘 보살펴 주시고요.
그 곳에서 맛있는 술 마음껏 잡수시면서 마음 편히 지내세요.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께 술 따르시면서 술 많이 잡수라고 하신 말씀 들으셨죠? 저희보고도 할머니께서 술 가득 가득 따르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술잔에 술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마음 아파했지만, 저는 할아버지께서 맛있게 술 잡수셨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계속 편지쓰다보니 말이 길어지네요. 빨리 써서 보내드려야 읽고 쉬실텐데.^^
영천에 맛있는 술 사들고 손녀딸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외할아버지,안녕히계세요.
 
2008.5.21.
죄송한 마음, 그리운 마음 담아서 손녀딸 미지 올림.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기특하구나. 편지를 읽어가다가 한층 생각이 여물어진 것을 확인하고, 그 흐뭇함으로 먼 산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제처럼 높고 푸르다. 그 곳에 계실 외할아버지를 그리며 사랑하는 마음, 보고싶은 마음,그리움을 칵테일해서 내가 대신 술잔을 올렸다. 그리고 북받치는 눈물을 삼켰다. 외할아버지께서는 하늘나라에서도 너를 내려다보며 큰힘을 실어주실 것이다. 시간을 아껴가며 최선을 다할 때 향기로운 삶은 네것이 된다. 엄마가 이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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