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현충일추념식 추모헌시】
유월에 띄우는 편지
황 영 선
해마다 유월이 오면
가슴에 묻어둔
그 이름 불러 봅니다
울음은 뚝뚝 모란꽃잎처럼 지고
꽃이 진 자리에 다시
새 생명이 태어나듯이
오고가는 계절의 순환 속에
그대도 다녀가시겠지요
모습 보여주지 않아도
눈부신 햇살로 와 열매를 익게 하시고
푸른 산그늘 바람으로 와
땀방울을 식혀주고 가실이여!
슬픔은 안으로 묻어 두어
이슬처럼 빛나게 간직하렵니다
어둠을 털고 일어나 아침을 여는 풀잎처럼
목숨 다하는 날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가겠습니다
'조국'을 가슴에 안고 포연 속을 헤쳐 온
그대의 뜨거운 피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도도히 흘러갑니다
비바람이 거셀수록 뿌리 더욱 깊어지는 나무처럼
반만년 역사의 구비 구비 소용돌이 칠 때마다
온 몸을 던진 충정은 용광로보다도 더 뜨거웠습니다
애국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가신
호국 영령들이시여!
뜨거운 그 충정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그대는 가도 영원히 가지 않았습니다
그대의 값진 목숨은 이 나라의
탄탄한 초석이 되었으니
빛나는 호국정신은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대가 있었기에
지금 이 산하는 열매가 풍성하고
나날이 윤택해져 가는 것을
그대의 값진 희생으로 다져진 이 나라
그대의 숭고한 얼을 받들어
조국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모습 보이지 않아도
목숨 다하는 날까지 함께 하실 이여!
조국의 부름에 다녀오마 손 흔들며
웃으며 떠나던 마지막 그 모습
살아 숨쉬는 그 날까지 함께 하리니
흑백 사진 속에서 그저 말없이 웃고 계신 이여!
해마다 이 맘 때면
산과 들을 덮는 흰 망초꽃 무리가
그대 넋인가 하여
눈을 뜨면
슬프도록 맑고 푸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검붉게 물들었던 산천이 기름진 옥토로 바뀌어]
초록 무성합니다
포화에 이지러졌던 산하
상흔을 말끔히 치유하고 우뚝 일어서서
경제 대국에서 문화 대국으로 나아가는
힘찬 박동 소리 들립니까?
어제는 그대들의 몫이었지만
오늘은 그리고 내일은
우리가 짊어지고 나아가겠습니다
그대들이 닦으신 길
탄탄대로가 되도록 세계 속으로 길을 내겠습니다
이젠 편히 쉬소서
고이 눈을 감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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