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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재가 복지 서비스

국가보훈부(국문) - 보훈섬김이 재가 서비스 상세보기 - 작성자, 부서, 연락처, 제목, 내용, 파일, 조회수, 작성일 정보 제공
부서 순청지청 : 보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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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순천) 봉 잡았다...
작성자 : 문정화 작성일 : 조회 : 1,603
순천보훈지청(지청장 선해국)에서는 매월 보훈도우미 간담회를 통해 보훈도우미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달 3월에도 생생한 현장담과 소감 발표로 서로의 공감대 형성과 질적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박 0 0 할머니 댁을 다녀와서' 고흥 보훈도우미 문 영 미 2007년 3월 7일 수요일 날씨 : 꽃샘 추위 박 0 0 할머니, 내가 방문하는 어르신들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시다. 수요일 오후가 방문 날짜이다. 오늘은 마음이 착잡하다. 어제 오후 늦게 서울의 아드님을 통해 할머니께서 감기로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문 앞에서 웃는 연습 한번하고 들어간다. 어두운 방에서 머리까지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계신다. 밖에서 큰 소리로 불렀건만 못 들으셨는지 내가 들어가자 깜짝 놀라신다. 아드님이 전화로 부탁한 약 드시게 하고 옆에 앉는다. 기침도 나오고 기운도 없으시지만 오랜만에 사람 구경 하시는 거라 반가워 하신다. 묻기도 전에 감기 걸린 이유부터 쏟아 놓으신다. 이유인 즉은 꽃샘추위 막 시작되던 첫날 새벽, 비 오고 바람 불던 날이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대문이 열려서 대문 부딪히는 소리에 동네사람 잠 다 깨우겠더란다. 그래서 그 빗속을 네발로 기어서 대문 돌로 고정시키고 겨우 다시 네발로 기어서 방에 들어오고 보니 그 날로 감기를 붙들게 되신 거란다. 아이고야!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한숨이다. 할머니 댁에 오던 첫날부터 눈에 거슬리던 대문이 이번에 일을 낸 거다. 고정이 안 되서 고정시키다가 나도 손가락 다쳤다. 짜증이 나려다가 화가 난다. 나를 비롯한 이 땅의 자식들에게... 설 명절 지나고 나면 고쳐져 있으려니 했다. 할머니께서 그토록 자랑하시던 자식들이 다녀간다기에, 걸레를 박박 문질러서 빤다. 오늘 같은 날은 방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손바닥만한 방도 일주일 만에 닦으면 치울게 많다. 할머니 눈이 나만 따라 다닌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니 벌써 가느냐고 물으신다. 주방 정리하고 들어가 할머니 옆에 앉는다. 손톱은 다음 주에나 깎으면 되겠고 머리는 끈적거리지만 할 수 없다. 뉴스에서 보신 것 들을 한참 이야기 하시더니 나를 보고 뜬금없이 “니도 참 안됐다. 이리 추운 날 새끼들만 놔두고... 쯪쯪” 하신다. 한방 먹었다. 내 눈에는 할머니가 불쌍한데 할머니 눈에는 내가 불쌍해 보이나 보다. 인생 참 아이러니 하다. 약기운 탓인지 할머니께서 잠이 드셨다. 조용히 일어난다. 얄미운 대문을 닫고 조심스럽게 돌 세 개 얹어놓고 돌아서며 휴대폰을 꺼낸다. 유일한 부모님 시어머니께 전화한다. 집에 문 고장 난데 없는지 여쭈어 보니 어머니께서 요새 전화해서 왜 만날 뜬금없는 것을 물어보고 그러느냐고 물으신다. 마음이 찔린다. 내가 보훈도우미 되고 제일 덕 본 사람은 우리 시어머니이시다. 혼자 계신 어머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2007년도에 나는 봉 잡았다. 돈도 벌고 사람도 됐으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사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박 할머니처럼 나도 늙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에게 건강과 시간이 있고 월급 받아가며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도울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돌봐드리는 어르신들과 잊지 못할 좋은 만남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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