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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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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보훈도우미 수기-마음으로 통하는 소박한 배려
부서 보훈과
마음으로 통하는 소박한 배려

성정주 보훈도우미(예천)

  남산 밑에 살고 계시는 체구가 자그마한 예쁜 할머님 댁을 들어서면서 멀리서 할머니, 할머니 크게 불러본다. 할머님은 금세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오랜만에 오는 딸을 반기듯 기뻐 어찌 할 줄을 모르신다. 아마도 나는 이 맛에 어르신들 댁을 매일 신바람 나게 들어서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겨울에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시는 우리 할머님... 늘 사람을 그리워하신다. 나는 너스레를 떨면서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시네요. 할머님 방가, 방가하며 꼭 껴안는다. 할머니도 덩달아 난 도우미 아줌마만 오면 기분이 좋아져 이상도하지 하신다.
  홀로 집안에서 우울하고 외로워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 오늘 감천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러 나들이 가는 게 어떨는지요? 하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도는 할머니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앞장서 대문을 나서신다. 창밖에 보이는 길가에는 노랑, 빨강 단풍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고 있었다. 할머니 창밖 좀 보세요. 단풍들이 얼마나 고운지 눈부시잖아요 하니 고마우이 누가 나를 이렇게 차 태워 단풍구경, 들 구경 시켜주겠는가! 정말로 고마우이 하신다. 고운 단풍들이 우리의 드라이브 분위기를 한껏 풍요롭게 하고 있다.
  나는 더 신바람이 나 할머니 우리 감천 가서 뭐해 먹을까요? 부침개가 좋을까 뭐가 맛있을까요? 할머니는 한참 말이 없으시더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할머니 기분 전환 하시라고 나들이 가는데 왜 또 그러셔요 하니 우리 영감이 살아 계셨더라면 이렇게 고운 단풍구경도하고......라며 말꼬리를 흐리신다. 돌아가실 때까지 몸이 편찮으셔서 계속 방에만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또 나시나보다.
  감천 수한 할아버님 댁에 도착하니 전화를 하고 온 터라 두 분이 나와 계신다. 이곳 두 분도 연세가 높아 바깥출입이 거의 없는지라 사람이 오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남산할머니도 몇 번 모시고 왔었다. 그간 안부도 묻고 대화를 나누시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신다. 소박한 부침개로 우리의 대화시간은 더욱 즐거워졌다. 거창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밀가루며 기름이며 우리 집 같이 척척 찾아 해드리면 어르신들은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날 줄 모르고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만큼 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길을 나선다. 헤어지면서도 할머님은 나를 만나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거듭거듭 말씀하신다. 나는 할머님 손을 꼬옥 잡았다. 어르신들에게는 그 어떤 도움보다 사람의 정, 따뜻한 어울림이 필요함을 많이 느낀다.
  나는 매일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드린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따스함을 나눈다. 어르신들이 나와의 시간동안 즐거워하시는 만큼 나 또한 그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루하루 따뜻한 정으로 마음을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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