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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지(방)청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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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목포]위대한 사랑을 위해
부서 보상팀
길을 걷다가 날씨가 추워 어느 찻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 집 안에는 온통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모퉁이 한쪽에 있는 그림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과부 세 명이 초라한 옷을 입고 근심 쌓인 얼굴로 서로에게 뭔가를 당부하는 그림인 듯하였다. 그림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참 들여 다 보고 있는데, 때 마침 주인의 도움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림속의 세 여인은 성서에 등장하는 ‘룻’과 시모인 ‘나오미’, 형님인 ‘오르바’로, 어려운 시기에 고부간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하였다. 익히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고부간의 사랑을 잘 엮어간 ‘룻’의 생애를 다시 한번 더듬어 보면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 며느리의 자리와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생각 해 보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하고 조금 지났던가??  그날 역시 추운 바람을 맞으며 입사 면접이 있다 하여 여러 분들 앞에 서게 되었다. 청장님의 첫 질문과 내가 말했던 답은 가끔 마음의 긴장이 느슨해지고 관계의 회복들이 멀어져 갈 때마다 내 머리를 강하게 스치곤 한다. 나 역시 양쪽 부모가 계시기에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더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 이론과 실무에 노력하며 부모님과  어르신들께 다가가는 동기가 됐노라고.. 너무도 자신 있게 말했던 답이라 오늘도 열 분의 우리어르신들께 최선을 다해 본다.
화요일이면 방문하는 목포고등학교 앞 골목길을 지나 두 번째 집.. 그곳은 나를 사랑해주시고, 반겨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김미진’ 어르신이 살고 계신 곳이다. 허름한 한옥 작은방 하나와 부엌에 당신의 살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새벽이면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아픈 다리를 이끄시고 새벽기도회에 다녀오신다. 건강한 사람이면 10분 정도면 갈 길을 어르신께서는 중간에 몇 번을 쉬시고 한 시간 정도에 다니신다고 한다.
오랜 세월 두 아들만 바라보시며 사셨던 어머니!! 이제는 두 아들을 결혼 시키고 혼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사셔야만 하는 어머니는 오늘도 뭐가 그리 좋으신지 웃음꽃 활짝 핀 얼굴로 반겨주신다. 하지만 아랫목을 내어 주시며 가까이 뵙는 어르신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으시다. 역시나 또 큰 며느리와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문 할 때 마다 어르신의 근심은 고부간의 갈등 문제로 힘들어하고 계셨다. 토시 하나 빠짐없이 말씀 하시는 어르신에게 어떠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답답하고 난감하였으나 새해 들어 어르신과 난 얽긴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 가고 있는 듯하다.
새해 아침 첫 방문에 난 의도적으로 어르신의 마음상처를 치료 하고자 여러 사례의 얘기를 꺼내며 그중 가장 관심이 많으신 성서 속 룻기서를 함께 읽게 되었다. 어르신은 시모인 ‘나오미’가 되고 난 며느리인 ‘룻’이 되어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인물의 깊고 넓은 배려심을 본받아야 겠다는 애기도 나누게 되었다.
20여년 전 어르신의 가정이 가장 힘들 때 며느리가 들어와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고 한다. 가장의 책임을 지고 살림을 이끌어 가는 아들을 보내고, 아니 빼앗기고 몇 날을 새며 우셨다고 하신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으나 모자간의 끈끈한 사랑, 그 끈으로 버텨냈건만 며느리가 들어와 이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분과 한이 가득한 가슴에 남아 있는 건 두근거리는 심장병뿐이라 말씀 하신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 덕분인지, 며느리의 대한 어르신의 마음이 조금은 완화된 듯 보이는데, 지속적인 변화와 기대는 끊임없이 자아의 포기와 사랑의 응집력으로 맺어 가는 관계인 듯싶다. 오늘도 어르신과 난 그 사랑을 엮으며 피워 내기 위해 무릎 끊고 두 손 모아본다.
목포 보훈도우미 이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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