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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동부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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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마산]할머니, 소풍 끝내시고
부서 보훈과
할머니 소풍 끝내시고...... 마산보훈지청 보훈도우미 진귀화 보훈도우미로서 일을 시작한지 6개월쯤 지났다. 보훈가족의 한사람인 나는 그동안 고령 보훈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미미하나마 일조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그동안 해왔던 자원봉사활동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방문하며 조금씩 정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친정어머니같이 정을 쌓아가던 할머니께서 세상을 뜨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침 6시가 조금 지났을까?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한 시간,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ㅇㅇ씨..."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렵지 않게 ㅇㅇ할머니의 임종을 예감할 수 있었다. "왜요. 할머니께 무슨 일 있어요?" "예 오늘 새벽에 그만 돌아가셨어요." 결국 오늘 새벽에 할머니께서 긴 생을 마감하셨단다. 삶 중에 허무하지 않은 삶이 없고 죽음 중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다지만 그래도 ㅇㅇ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한 내 솔직한 심정은 슬픔이나 안타까움보다는 '그래, 차라리 잘되셨어. 노안으로 눈이 잘 보이시지는 않으셨지만 90평생을 병원 신세 한번 지지 않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효도 받으시면서 자는 잠에 삶을 마감 하셨으니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삶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신 것이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 뿐인 방문이었지만 내가 방문하는 날이면 언제나 따뜻하고 살갑게 맞아 주시곤 하셨던 할머니셨는데 내가 와도 손을 잡아 주시지도, 집안은 별일 없느냐고 물어 주시지도 않으니 분명 돌아가신 것이 맞긴 맞나 보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내드리는 마음으로 입관에 참여해 할머니의 몸을 닦아 드린 후, 돌아가시면 입을 거라고 미리 준비해둔 명주옷을 입혀 드렸다. 그렇게 따뜻했던 손은 싸늘하게 변해 있었고, 곱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할머니 몸을 닦아드리면서 “할머니! 잘 가세요. 살아 계실 때 늘 말씀 하시던 외로움도 근심, 걱정도 없는 하느님의 나라에 가셨으니 그곳에 먼저 가계신 전사한 아드님도 만나시고, 할아버지도 만나시어 지금까지 할머니 혼자서 긴 세월 이 세상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 이야기 해 드리면서 두 분과 해후하세요.” 라고 마음속으로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하였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처럼 할머니께서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가셔서 그리운 지인들을 만나면 힘들고 고달픈 세상살이였지만 그래도 이 세상이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보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경남도민일보 2006년 10월 20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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