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마산보훈지청 보훈과장 서정옥

 

 

  오늘 11월 17일은 예순 여덟 번째 순국선열기념일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의 어느 정도가 순국선열이 어떤 분들인지, 이 날이 무엇을 하는 날인지 알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혹시 모르고 있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순국선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현행「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순국선열이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그 항거로 인하여 순국한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한 마디로 조국광복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하고 장렬하게 순국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어르신 들이 순국선열인 것이다. 나라가 위태롭거나 외침을 당했을 때 본인의 목숨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이 당해야할 고통과 가문의 몰락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누구나 독립운동에 종사할 수 없다. 내가 만일 일제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과연 목숨을 버릴 각오로 독립운동에 투신할 수 있었을까 하고 자문해 보았지만 부끄럽게도 자신이 없다. 이렇듯 선열들의 독립투쟁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뜨거운 조국애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이고도 정의로운 항쟁이었기에 더욱 값어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895년 부터 1945년까지 50년 동안 순국하신 선열은 기록상 9만 6천여 명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헌상의 수치일 뿐 실제로 순국하신 선열은 30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에 끝없는 광야를 달리며 침략자를 쳐부수고 의열투쟁으로 적을 응징하였으며 맨손으로 적의 총검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가 장렬하게 순국하신 분들, 불행히도 적에게 붙잡혔지만 갖은 악형에도 불구하고 숨질 때까지 의연했던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우리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분들 중 일부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산하의 이름없는 산과 들에서 한 줌의 흙이 되었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무주고혼이 된 체 점차 잊혀지고 있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흔히 일제 식민지 기간을 36년으로 치지만 실제로 일본은 1875년 강화도에 침입하여 양민을 학살한 것부터 패전으로 도망가면서 저지른 만행에 이르기까지 꼭 70년간 온갖 착취를 자행했다. 한마디로 일본은 20세기가 개막도 하기 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아 수탈하고 침략과 학살을 통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국가적 범죄집단 이었다. 일제는 이 기간동안 우리겨레의 혼인 말과 글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더 우려할 문제는 이러한 침략행위가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더욱 가속화, 노골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해국인 일본은 역사적인 사실을 은폐한 채 변변한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식민지배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촉진 시켰다는 망발로 우리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일본은 2007년 자국의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문화 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가 강력히 항의하고 삭제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를 묵살해 버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얕잡아 보았고, 또 국가적으로 얼마나 무력․무능하게 하게 보였으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방법이 없어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일본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하원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잔학성과 규모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손으로 해를 가리는 일본의 치졸한 행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구한 말 국왕과 위정자들의 무능으로 일본이라는 도적에게 빗 장문을 열어줘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국토 전체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쓰라린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은 그 역사의 덧에 걸려 더 큰 비극에 직면할 수 있는 소인(素因)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순국선열의 날을 제정하여 선열들의 공적을 후세의 귀감으로 삼아 이를 기리는 이유도 조국광복이 순국선열을 비롯한 이름 없는 애국지사의 피 흘림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나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쳐 줌에 있다고 하겠다. 최근 광기에 가까운 오만으로 주변국들을 얕보고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에 젖어 호시탐탐 침략의 독아(毒牙)를 갈고 있는 일본을 예의 주시하면서 순국선열의 날이 오늘의 우리에게 던져주는 무언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