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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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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좋은북부) 대화가 필요하세요?(기고)
부서 보훈선양계
대화가 필요하세요?(서울북부보훈지청 박경옥)
 
공채시험에 합격하고 부처를 배정받던 날, 나는 이름도 생소했던 국가보훈처를 선택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봉사를 월급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경험이라고, 그야말로 풋내기같은 생각으로 결정한 나의 근무지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1년이 흐르고, 울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보람이 있기도 한 날들이 있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하고 직장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내가 타인의 취업을 상담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일반인에 비해 한참 불리한 조건의 유공자 가족 취업을 상담한다는 것은 일반인 입장인 내게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대개 60을 넘기신 유공자들의 취업상담은 희망보다는 취업대란이라고 불리는 현 사회의 구조 속에서 절망적인 말들로 마무리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유공자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현실이지만 유공자이기에 혹시나 하는 희망, 아니 그보다 누구에게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가장이자 아버지의 고뇌를 털어놓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발로로 취업보호 창구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가끔은 자식 다 필요 없다는 하소연, 가끔은 사업이 쫄딱 망해 일을 해야만 한다는 협박 아닌 협박, 가끔은 소리치면서 나라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냐고 삿대질도 하시지만, 그 땐, 변화하는 사회구조가 그런 것을 어쩝니까. 맞받아 소리치고 싶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어쨌든 되든 안 되든 국민을 위해 앉아 있는 나는 최 말단 직급의 월 백만원을 받는 힘없는 소시민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의지하고 싶은 국가기관이니까. 사회에 소리치고 싶은데 밖에 나가 소리쳐도 힘없는 사람의 한마디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 없으니까.
 자식 다 필요 없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 특별한 희생을 치르시고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유공자들은 사회에서뿐 아니라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소원해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런 분들이 찾아오셨다 힘없이 일어나실 때, 다시 오시진 않을 걸 알면서도, 취업을 보장해드리기는 매우 힘들지만 대화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오시라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힘을 꽁꽁 쓰며 이야기하게 된다. 어쩌면 늙고 구부정해지신, 나와 대화가 별로 없는 나의 아버지가 겹쳐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노후자금이 부족한 나이 드신 유공자들에게 제 일순위로 필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인 취업이겠지만,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말을 경청해드리는 게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게도 부인에게도 못할 말이 있다면 언제든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친구를 찾듯 오셔달라고 부탁드린다면 화내진 않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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