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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지(방)청소개

국가보훈부(국문) - 우리청소식(경북북부보훈지청) 상세보기 - 제목, 부서,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안동)보훈도우미 수기-오골계 한 쌍에 오이 두포기가 전부인 할머니
부서 보훈과

황영옥 보훈도우미


우리의 만남은 “보훈가족과 보훈도우미의 만남”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쉽게 친해졌고, 정이 들어서 지금은 친엄마, 친딸처럼 오순도순 지내고 있다.
내가 할머니댁을 찾는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할머니는 동네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고, 또 내가 돌아갈 때는 한참동안 손을 흔들어 주신다
오골계 한 쌍에 오이두포기가 전 재산인 미망인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6.25전쟁에서 잃고 자식하나 없이 오늘날까지 혹독하게 세상을 살아오셨다. 젊은 시절에는 공양주보살로 절에서 지내시다 나이 들고 힘없어 지금은 먼 조카가 사는 동네에 와서 홀로 사신다.
녹내장으로 눈까지 멀어진 할머니
오늘도 나의 손을 잡고 마루에 걸터앉아 자신이 살아온 기구한 인생역정을 몇 시간째 말씀하신다. 언제나 똑같은 얘기지만, 나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할머니는 보통사람들이 겪는 고생보다 몇 곱절 더 고생하고 힘들게 살아오신 분이다.
할머니는 여느 때처럼 구박받은 시집살이 얘기로 끝을 내셨다.
그리고는 서둘러 텃밭에 가시더니 눈 먼 손으로 더듬더듬하여 오이 두개를 어렵게 따오셨다.
한사코 사양했지만 기어코 내손에 오이 두개 쥐어주시고 만다. 아마 할머니는 꼭 그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하신 모양이다. 할머니의 정성스런 손에는 “훈훈하고, 넉넉한 농촌의 인심이 있었고, 세상 모든 엄마들의 따뜻하고 사랑스런 마음이 있었다.
할머니는 오늘도 동네 앞 까지 어김없이 나와 내가 탄 버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물끄러미 서서 손을 흔들어 주신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오이를 여름에 먹어본 행복한 사람이다  또한, ‘나는 평생 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어느 미망인 할머니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마음대로 드나드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자 대자유인이다.’
할머니의 건강과 평안을 마음 속 깊이 기원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두 손 맞잡고 살갑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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