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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동부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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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행복한 사랑 나누기
부서 보훈과

  살며시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이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까지 청신하게 해 줍니다. 시나브로 다가왔던 여름처럼 어르신들께 조심스레 다가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4개월째 되어갑니다. 처음엔 어색하게 맞아주시던 분들도 이제는 왜 이제 왔냐며 손을 잡아 주시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안 올까봐 서울에 있는 자식 집에도 못 가신다는 분도 계십니다. 걱정 말고 다녀 오시라고해도 혹시나 다른 집으로 바뀌어 버릴까봐 노파심에 마음이 안 놓이신가 봅니다. 시작할 때의 걱정과 두려움은 어디가고 이제는 즐거움과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저녁엔 내일의 요일별 배치표를 다시한번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베란다 창문으로 날씨를 먼저 확인하고 어르신 집을 방문합니다.
  날이 더울 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저절로 흐릅니다.
그래서 눈앞에 할 일이 쌓여 있으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덥다는 생각보단 기쁨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뭐든지 주고 싶으셔서 밭에서 고추며 호박, 가지, 오이 여러 가지를 따놓으셨다가 가면 주시곤 한답니다. 거절하면 어르신들은 서운해 하셔서 저녁에 맛있게 해먹어야지 하며 받아오면 너무도 즐거워하십니다. 그리고 다음 방문 땐 제과점에 가서 맛있는 빵 하나를 사서 고마움을 표현해 드리기도 합니다.
 제가 돌보는 어르신들 중에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 언론에서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다가왔어요. 너무나 손발의 떨림이 심하고, 심지어는 얼굴도 떠시고, 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너무도 답답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답니다. 그래서 그 병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또 치료방법은 뭘까도 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공부도 한답니다.
어쩔 땐 같은 집을 하루에 2번 방문할 때도 있습니다. 전날 분명히 방문한다고 전화 드렸는데도 가보면 안계시고, 조금 있다가 다시 방문해서 물어보면 깜박 잊어 버리셨다는 분도 계셔요. 하지만 원망보다는 그 어르신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아침에 다시 한번 더 전화를 드리곤 합니다. 또 광한루 옆에서 사시는 김0자 어르신이 계시는데 젊으셨을 때 옷가게를 하셨다는데 어제는 갔더니 바지를 하나 주신다고 장롱에서 정말로 빨간색, 파란색 바지를 꺼내서 입으라고 하시는데 못 입는다고 했더니 옛날 그런 옷을 입고 젊으셨을 때 놀러 다니신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하시는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병이 들어 맘대로 바깥출입도 못하고 찾아오는 자식도 없으니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오는 것과 도우미인 제가 찾아가 시장에도 같이 가고, 은행도 가고, 시장 구경도 시켜드리니 이것이 유일한 낙이다고 하시는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꾹 참았던 적도 있답니다.
 처음 기대와 설레임으로 이 일을 시작했던 것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까지나 저의 부족함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넉넉한 한사람 어르신들께 기억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어르신들께 다가가면 또 다른 포근한 햇살이 제 마음속으로 퍼져오는 것을 느끼며 오늘 하루도 행복과 사랑이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날이 되길 바라며 자동차의 시동을 켜며 어르신 집으로 향합니다. 
                                                                                                                                                           전주보훈지청 남원 도우미 방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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