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지방보훈청

지(방)청소개

국가보훈부(국문) - 우리청소식(서울지방보훈청) 상세보기 - 제목, 부서,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서울) 작은 손길에서 큰 기쁨이
부서 지도과
작은 손길에서 큰 기쁨이 보훈도우미 홍천기 오늘도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대문을 나선다. 일주일에 두 번 목욕봉사를 하는 날이면 왠지 걱정과 근심이 앞선다. 환자를 편하게 해 드려야 할 텐데 혹 실수로 작은 상처라도 내면 안될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할아버지를 처음 뵙게 되었을 때 나 침상에 누워 계신 분 치고는 얼굴이 참으로 편안해 보이셨다. 아무 걱정도 고통도 없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러나 잠시 뒤 가래가 목에 끼인 튜브를 통해 나오자 너무도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 차라리 얼굴을 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능숙하신 손놀림으로 할머니께서 가래를 빼드리자 고통스럽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차차 안정을 찾으셨다. 먼저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시어 얼굴을 씻겨 드리고, 머리를 감겨 드리고, 온몸을 수건에 비누칠 해 닦아드리고, 등과 하반신을 닦아드리려는 순간 방귀와 함께 원하지 않는 손님과 대면하게 되었다. 사정 보지 않고 나오는 변을 재빨리 일회용 장갑을 끼고 처리하여야 하였다. 아무리 비닐장갑을 끼었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촉과 변 냄새에 비위가 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할머니께 들킬세라 참느라고 너무도 힘들었다. 목욕을 끝내고 옷을 입혀드리는데 몸이 굳어지셔서 관절이 잘 움직여 주길 않았다. 한쪽 팔을 빼는 데만도 한참이 소요되었다. 진땀이 흘렀다. 여기저기 욕창이 생기려고 트집을 잡는 곳에 연고를 발라드리고 굳어진 팔을 맛사지 해드리고 나서야 목욕을 끝낼 수 있었다. 이 힘든 일을 할머니께서 긴 세월 동안 혼자 감당하셨구나 생각하니 존경스럽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와서 깨끗이 씻겨주니 고마워요” 하시는 할머니께 그저 소리 없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긴 병수발에 지치실 만도 하신 할머니께선 그래도 웃는 얼굴로 오늘도 나를 반겨주신다. 비록 몸은 좀 힘들지만 나의 작은 봉사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파일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