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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지(방)청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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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청소년 백일장 도교육감상 입상작품 게재(고등-산문)
부서 보훈과
                                                          고등 산문 대상       
                                                    경주여고 2년 허해연
                         강  물
 

“통일이요? 사실...잘 모르겠어요.”
“그런 말 하면 못써! 니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하는 예기야. 통일은 꼭 되어야 한단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 철민이네 할아버지의 댁으로 걸어갔다. 6월의 하늘은 푸르름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 할머니와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철민이네 집에 도착했다.
“어서오게. 잘 지냈는가?”
“당연하지예. 오라버니도 잘 지내셨지예?”
나는 할머니를 따라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 한쪽에는 제삿상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제사상과 할아버지를 뚫어지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우리 형님 제삿날이란다.”
할아버지는 뒤돌아 눈물을 애써 훔치시고는 애써 웃으셨다.
“지금으로부터 5,60년 전이었을랑가. 형님과 6.25전쟁에 출전했었어. 형님은 우리 가족을 지키려면 조국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하시며 전쟁에 나가셨지. 철없던 나는 덩달아 형님을 따라나섰구.”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형님 되시는 분의 사진을 여러번 쓸어내리셨다. 그 분은 사진 속에서 교복모자를 쓴 채 밝게 웃고 계셨다.
“전쟁에 출전했을때, 사방은 온통 피투성이였단다. 귀가를 스치는 총알소리는 너무도 두려웠어. 하지만 두려움이 몸서리를 치게 할 때마다 형은 나에게 늘 이런 말을 하셨단다. 전쟁에서 이겨야 국가도 지키고, 가족들도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영화에서만 보던 그 전쟁터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너무도 급박하고 두려운 전쟁터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할아버지는 향로에 향을 피우시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어느날이었어. 낙동강을 경계로 전쟁이 발생했단다. 어린 나는 형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전쟁터로 나갔어. ‘뻥’하는 우레같은 소리가 귓가를 스쳤을 때, 난 두 눈을 꼭 감았단다. 그때였어. 무섭다고, 손 좀 잡아달라고, 꼭 잡고 있었던 형의 손이 스르르 풀리고 난 무거운 무언가에 깔려 있었단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할아버지... ... .” 난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할머니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 무거운 무언가는 바로 형의 몸이였어. 형은 나를 꼬옥 안은 채, 그렇게 저세상으로 가버렸단다. 적군들은 총을 맞은 형을 향해 끊임없이 총을 쏘아댔어. 아직도 난,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단다.”
나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꼬옥 안아드렸다. 할아버지의 어깨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받았을 슬픔과 상처에 어느새 내 눈도 눈물로 젖어왔다.
자신을 지켜주려다 먼 세상으로 떠난 형을 기억할 때마다 할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둔채 세상을 떠났다.
“난 아직도 형의 얼굴, 형의 목소리 다 떠오르는데... 날마다 형은 내 이 마음속에 있는데... 부를 수가 있어야지. 사랑하는 가족도, 형이 바라던 국가도 다 여기 이렇게 있는데...”
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난 마음이 너무 아파서 구석에 앉아 한참동안 울었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세상은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호국용사들의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분들이 그토록 원했던 그 아름다운 나라는 이렇게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멋모르고 통일을 반대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너무도 많은 전쟁과 아픔을 겪었다. 그때마다 우리에게 찾아온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호국선열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우리나라를 지키셨다. 그들은 총끝의 두려움도, 칼날의 날카로움도 피하지 않으셨다. 호국선열들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애국심과 동포애로 전쟁이라는 상황 앞에 꿋꿋이 서 계셨다.
세계 앞에 당당히 서서 우리 민족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치고,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실현된 국가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건 호국선열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호국 선열들의 희생으로 어느새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직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마지막 과제는 바로 통일이다. 호국선열들이 그토록 원하던 나라, 모두가 하나되어 우리 민족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통일에 더욱 더 힘써야 한다.
6월6일 현충일. 나는 하이얀 충혼탑 앞에 서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은은한 향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 때,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호국선열들이 있었기에 더 아름다워질 수 있었던 우리나라, 대한민국! 충혼탑 앞에서 나는 하늘나라에 계시는 호국선열들께 마음 속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지금 이 나라가 있게 해 주셔서, 당당하게 우리나라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세상을 알기엔 너무도 어린 저지만, 호국선열들께 약속드립니다. 우리도 후손들도 지금의 저처럼 자랑스런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나라를 사랑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그날까지 언제나 우리나라의 고난 앞에 당당히 맞설수 있는 아이가 될게요.”
어느새 국화꽃을 머물던 향의 연기는 먼 산줄기를 따라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사시사철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하는 역사의 강물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안고 영원히 흘러갈 것이다. 오늘도 내 마음속의 종이배는 끝없이 이어질 강물을 따라 둥실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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