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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지(방)청소개

국가보훈부(국문) - 우리청소식(경북남부보훈지청) 상세보기 - 제목, 부서,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경주]청소년백일장 경주교육장상 입상작품게재(고등산문)
부서 보훈과
고등 산문 금상     
                                                 포항중앙여고 3년 이경관
강  물
 

세월을 건넌다. 강물을 건넌다.
 

비가 온 뒤의 하늘은 참 맑다. 물기를 머금은 모든 것들은 싱그럽다. 나뭇잎의 일렁임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자연의 색, 초록이 보여준 마술은 따스함이었다. 시원한 공기와 푹신한 흙은 건강했다. 비둘기의 힘찬 비상도 다람쥐의 숨바꼭질도 동화 속 배경같았다. 내가 걷고 있는 지금 이 길에는 사람이 있었다. 진짜 사람이......
그윽한 밤꽃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장미의 진한 향도 아닌 것이 바람결에 다가와 내 곁에 오래 머문다.
“얘들아, 늦었으니까 빨리 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한 사진 앞에서 난 그대로 멈춰버리고 말았다.
전쟁의 고통을 보여주는 많은 사진들, 아름다운 사진이 아닌 처참하고 끔찍한 그 사진을 품은 이젤마저도 슬퍼보였다.
‘탱크 앞의 소녀’
흑백사진이 아닌, 사진 속 그때는 정말 아침이 오지 않는 그런 날이 였을 것이라. 절망만이 가득 찬 사진 속 풍경은 슬펐다.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갑자기 들린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총성음이 들리고 곧이어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무서웠다. 막둥이 동생은 내 등 뒤에 업혀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오빠들은 전쟁터에 끌려갔고 피난오다 엄마와 아빠를 잃었다. 이제 이세상 남은 것은 나와 막둥이 내 동생 뿐이다. 두렵다. 이 어둠은 언제쯤 가려는지...... 저 멀리서 이상한 자동차가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군복을 입은 한 사내가 내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야, 부모를 잃었니? 너 우리랑 같이 가자.”
“왜이러세요?”
“아, 우리는 저쪽 지역에 난 전쟁으로 파병가는 군인이란다. 우리 밥 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던 참인데 말이야. 같이 가면 네 동생까지 잘 보살펴줄 수 있어.”
“정말요? 그럼 아저씨들이랑 같이 갈래요.”
“그래? 그러면 탱크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을래? 탱크 처음 보지?”
“네.”
그렇게 나는 처음보는 탱크라는 무시무시한 무기 앞에서 난생처음 사진을 찍었다. 그 후 나는 피 비릿내를 맡아야 했다. 총성음에 괴로운 비명까지 그 곳은 아수라장이었다.
멍하게 정신이 들었다. 몇 분동안 이 사진 앞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저 멀리 사라져가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부르며 뛰었다. 마지막 이젤 속 사진이 내 눈에 들어왔다. 폐허가 되버린 곳에서 바람에 번지는 불길을 피해 달려가는 아이들.
 

“둘째야 빨리 뛰어와.”
“형-.”
“알았어. 형이 갈게. 자- 손잡고 이젠 놓지마.”
“응. 알았어.”
“형, 무서워 이 소리 뭐야?”
“응, 총소리야. 그러니까 빨리 뛰자 우리.”
어둠속에 저 멀리 번지는 불길을 피해 형제는 한 없이 달렸다. 뛰고 또 뛰었다. 불길이 보이지도 않는데 형제는 달리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멍하게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달리고 싶었다. 이 푸르름과 상쾌함이 너무 고마웠다. 고맙다고 외치고 싶었다. 아직도 내 주위에는 이 모든 것을이 그대로 있었다. 조금 차가운 바람결이 아득했던 정신을 맑게 해준다.
비둘기는 아직도 하늘에서 날고 있다. 힘찬 날개짓을 하며...... 밝고 있는 땅의 건강함까지도 너무 고마웠다.
나는 당연한 줄만 알았다. 너무나 쉽게 항상 곁에 있었기에.
탱크 앞 소녀와 달리는 형제의 사진 속에서 나는 어둠을 보았고 슬픔을 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였다. 그 사진 속 아픔을 겪은 사람은 우리 민족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갈라진 한반도였다.
 

 평화는 다른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초록자연이고 또 많은 진짜 사람들이다. 평화는 그저 그것일 뿐이다. 50여년 긴 세월을 흘러 그 긴 강을 건넌다.
햇빛에 물결이 반짝여 일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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