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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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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강릉)보훈도우미 체험수기 1
부서 보훈과
기다리고 있을께... 꼭 오게나 !

                                   강릉보훈지청  장 성 례
 
오늘도 예정대로 집을 나섰다.
아침 일찍 전화를 받고 어르신이 나를 기다리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바빠진다.
밤새 치통으로 고생하신 어르신.....
오늘따라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어르신 댁으로 들어가는 순간 두 어른의 다툼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도우미가 왔습니다”
다툼소리가 그치고 순간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방을 들어서면서 “ 무슨 일 있으세요? ”라고 여쭤 보았다.
어르신께서는 “치과에 예약을 해놓은 날이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밤새 치통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아침 일찍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장애인 이동차를 이용해 보려 했지만 여의치가 않네”
하셨다.
나는 급한 마음에 어르신을 등에 업고 30여분을 걸어서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해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치과진료 후 보건소 직원이 친절히 본인 차량으로 집까지 데려다 준 덕분에 어르신을 댁으로 편히 모셔올 수 있어 너무 고마웠다.
어르신께서 방으로 들어오셔서 “수고 했소  그리고 고맙구먼! 무거운 나를 업어주고, 챙겨주는 도우미가 힘들었겠소....” 라고 하시면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나는 순간 무겁다 기 보다는 빨리 어르신의 아픔을  없애주고 싶은 마음에 보건소를 어떻게갔다 왔는지 조차 알 수 없었는데 어르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때서야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 댁에 매주 가사·간병서비스를 위해 방문하여 돌아 올 때면 “ 또 올거지?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꼭 오게나” 하시는 말씀이 항상 귓전에서 맴돌아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그날 하루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소를 띄우며 돌아올 수 있었다.
어르신 댁은 강릉보훈지청에서 재가복지 업무지원에 따른 보훈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햐얀 얼굴에 발그레한 두볼이 마치 어린아이를 연상케하는 어르신은 거동을 못하시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하고 늘 바깥세상을 그리워하시는 분이셨다.
누구라도 찾아가면 두 손을 붙잡고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시며 눈물 보따리를 쏟아놓으시곤 하시는데 처음 만난 날 내손을 잡으시면서 “나를 도와주고 싶으면 쥐약 좀 사줘 그게 날 도와 주는 길이야” 하셨다.
어르신이 이렇게 까지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게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난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어르신을 진정시켜 드렸다.
어느새 어르신 댁을 방문한지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돌아가신 부모님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제는 뇌졸중으로 언어장애가 있는 어르신은 말씀 한마디 하시기가 아주 힘이 드시는데도 계속 무슨말이든 하고 싶어 안달을 하시고, 가끔 휠체어에 모시고 바람이라도 쐬어 드리면 아이처럼 좋아라 웃으신다.
가끔 어른신께서 “앞으로 언제까지 자주보고 웃고 또 웃을까?“ 하시면서 저에게 코미디언 같은 도우미가 되라고 하셨다.
삶이 외롭고 우울하신 어르신들을 위하여 언제나 함박웃음만을 전해 드리는 것을 나의 사명으로 알고, 어르신들의 삶에 등불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보훈도우미가 되겠노라고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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