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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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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강릉)보훈도우미 체험수기 2
부서 보훈과
나에게는 할 일이 있습니다
                            
강릉보훈지청  강 명 희
 
  연로하신 국가유공자 할아버지, 할머지 댁에 방문하여 보훈도우미 역할을 하며 지내 온지도 어느덧 일년이 넘어 2개월을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돌봐드린 어르신들을 한사람, 한사람 생각하면서 떠올려 본다.
먼저 세상이 다 내 것 인양 시장에서 야채장사로 동서남북 분주히 활동하시다 뇌졸중으로 삶에 테두리가 묶여버린 ㅇ ㅇ ㅇ 할머니
황지시장 골목에 사시는 ㅇ ㅇ ㅇ 할머니는 하지마비 환자로 거동이 힘드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하는 상가 2층 다락방에 거주 하셔서 문밖출입을 전혀 하실 수가 없다. 워낙 깔끔하신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목욕을 못하시면 몸살이 나신다. 그것도 대중목욕탕에서 때밀이 타월로 빡빡 닦으셔야 만족해 하셔서 가파른 계단을 엎고 내려와서 대중 목욕탕으로 모셔간다.
“도우미가 밀어줘야 목욕을 한 것 같아. 고마워”하시며 비로소 만족한 미소를 보이신다.
이런 할머니를 업고 다락방까지 모셔가면 온몸은 어느새 땀으로 샤워를 한 듯 흠뻑 젖어있다.
그리고 거동을 못하시는 할머니 때문에 본인 관절수술은 엄두도 못내는 ㅇ ㅇ ㅇ 할아버지,
내가 처음  ㅇ ㅇ ㅇ 할아버지를 만났을때는 고관절 장애로 수술이 필요한데, 경추손상으로 거동을 못하시는 할머니 때문에 병원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할머니를 돌보아 드리기로 약속하고 설득해서 병원입원을 도왔다. 한달여간 다른 대상자 가정과 할아버지댁을 오가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저녁으로 식사수발을 돕고 연탄불을 갈아드리며 불편한곳은 없나 살피는 일은 어찌 보면 고된 일이었으나 말할 수 없이 보람 된 일이었다.
특히 월요일 오후에 찾아가는 ㅇ ㅇ ㅇ 할아버지, 태백산을 안방 드나들듯이 건강을 생각하여 1701번 오르내리며 삶에 고뇌를 털어버리며 자연을 벗 삼던 어느 날부터 흐려진 시야를 단순한 노안으로 의심하면서 눈을 비벼보았지만 결국 시각장애 1급으로 전락해버린 ㅇ ㅇ ㅇ 할아버지의 막막함과 보이지 않는 고통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손의 감각으로만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가스렌지, 싱크대 그릇 등등 제대로 닦아지지 않아 더러워진 것을 말끔히 닦아놓고 방과 거실을 청소 하는 동안 할아버지께선 의자에 앉으셔서 정치며 군대이야기며 살아 온 지난날을 돌이키며 열심히 이야기하신다.
올 1월부터 할아버지댁을 도와드렸는데 어느덧 6개월이 되는 동안 나눈 수 맣은 이야기들 속에 할아버지께서는 가족처럼 마음을 터놓았고, 3개월에 한번씩 ㅇ ㅇ 병원에 가시는데 전에는 갈 때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기사분이 함께 동행 해서 다니셨는데 이제는 궂이 보훈도우미인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하시기에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시는 날은 아침 7시부터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국가유공자이기에 국가에서 특별히 대우해주고 보살펴 주는 모습을 이웃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일주일에 몇 번씩 나의 핸드폰이 울린다.
“나 609호 ㅇ ㅇ ㅇ, 내가 말이야 뒷 베란다 나가다 문에 부딪쳐서 이마에 혹이 났다 야”
하시면서 껄껄껄 웃으신다.
그저 작은 일까지도 할아버지께서는 전화로 말씀하신다.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대화상대가 없이 오로지 라디오를 벗 삼아 계시다가 할아버지댁에 가면 월요일에는 각종 우편물을 내어놓고 문도 잠그지 않으시고 기다리신다.
나에게는 할 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그분들께서 나를 필요로 할때 다가가서 저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나의 발걸음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유공자와 동고동락을 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덧 한 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이 눈앞에 다가와 있고, 그렇게 하루 하루 흐르는 세월속에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살가운 정도 함께 쌓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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