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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보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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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군번 없는 할아버지에게
부서 지도과
군번 없는 할아버지에게 -보훈 가정 방문을 마치고- 이화외고 2학년 유은진 학교 프론티어 친구들과 보훈 가정을 방문했다. 강서구 등촌동에 사시는 할아버지 댁을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드려서인지 할머니께서는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가 있었다. 할아버지 방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군복과 군복에 달린 훈장이었다. “우리는 군인이 아니어서 보상도 못 받았어.” 할아버지께서는 나라를 위해 한국전쟁 때 자원해서 싸우셨기에 정식 군인이 아니셨고, 그래서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병사도 아니어서 보상도 없었다고 섭섭함을 표시하셨다. “학생들은 전쟁을 몰라.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공산군이 얼마나 지독한지 몰라.”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 말씀사이사이에 부연 설명을 하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할아버지 만세 해봐!” “인석아, 장난치지마. 왼쪽 팔에 아직도 총알이 박혀있어. 그래서 팔을 못 들어. 날 이 궂으면 쑤셔.” 우리는 현실같이 않은 이야기에 모두 놀랐다. 너무도 놀라운 사실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인민군은 정말 사람이 무기였어. 앞 사람이 죽으면 뒷 사람이 나오고 나오 고, 정말 이길 수가 없었어.” 우리가 교과서에서 ‘인해전술’이라고 고상하게 배운 역사적 사실을 할머니께선 실감 있게 전해 주셨다. 사실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되어진 무서운 전쟁인 줄은 몰랐다. 우리에겐 한국전쟁이 끝난 전쟁이었지만, 이 가정에선 아직도 기억 속에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을 없애자고 하는데 그건 몰라서야. 나라에선 우릴 인정 안 해 주었지만, 미군들은 우릴 인정해줬고, 정보부대로 써 먹었지.” 우리에겐 논술의 논쟁거리로 토론하는 문제가 할아버지에게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본인의 체험으로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전쟁을 겪은 사람과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의 생각은 무척 달랐다. 약간 혼란스러웠다. 할아버지께선 아직도 전우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하셨다. 또 상조회도 만들어 서로 돕고 있다고 하셨다.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도 하셨다. 늙으면 자꾸 말 할 사람을 찾게 되는데, 와서 이야기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여러 생각을 했다. 한국전쟁은 이제 55년이 넘었다. 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전쟁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군번 없이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에 희생되어진 많은 남과 북의 그대들 앞에서 우리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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